퇴근길에 동료들과 저녁 자리를 갖다 보면 “오늘은 한 잔만 해야지” 하고 마음먹었다가도 뜻대로 되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 마음의 쏠림, 즉 갈망을 약으로 줄일 수 있을지 연구자들이 살펴본 약물 계열이 있습니다. 바로 GLP-1 수용체 작용제입니다. 2025년 학술지 Addiction Science & Clinical Practice에 발표된 연구를 바탕으로 무엇이 확인됐는지 정리했습니다.

이 연구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나
이 연구는 기존 논문을 모아 다시 분석한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입니다. 연구진은 PubMed, Embase, Cochrane Library 세 곳의 데이터베이스를 2025년에 검색해 자격이 되는 연구를 골랐습니다. 대상은 성인이며, 알코올 사용 장애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모두 포함됐습니다.
분석에 들어간 약물은 세마글루타이드, 리라글루타이드, 엑세나타이드, 둘라글루타이드 등입니다. 이 약물들을 위약(효과 없는 가짜 약)이나 치료하지 않은 경우, 다른 치료와 비교한 연구가 대상이었습니다. 평가한 결과는 세 가지로, 술을 마신 양, 술에 대한 갈망, 그리고 음주와 관련된 사건의 발생입니다.
연구 설계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무작위 대조시험(참가자를 무작위로 나눠 비교하는 시험)과 관찰연구(약을 무작위로 배정하지 않고 실제 사용 여부에 따라 비교하는 연구)를 따로 모아 분석했습니다. 두 방식은 신뢰하는 근거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결과도 나누어 봐야 합니다.
핵심 1. 무작위 시험에서는 음주량 감소가 뚜렷하지 않았다
무작위 대조시험은 세 건이 포함됐고 참가자는 합쳐서 430명이었습니다. 이 시험들을 합쳐 보니 총 음주량, 음주하는 날의 하루 평균 잔 수, 갈망 모두 줄어드는 방향이긴 했지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효과의 크기를 표준화평균차라는 값으로 나타냈습니다. 서로 다른 척도로 잰 결과를 한 줄에 놓고 비교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세 항목 모두 95% 신뢰구간이 0을 가로질렀는데, 이는 실제 효과가 없을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무작위 시험에서 술이 줄었다”고 읽기보다는 “줄어드는 경향이 보였으나 확정하기 어렵다”고 읽는 편이 정확합니다.
핵심 2. 관찰연구에서는 음주 관련 사건이 적었다
관찰연구는 여섯 건이 포함됐고, 대상자는 모두 합쳐 2,740,207명으로 규모가 컸습니다. 이 연구들에서는 GLP-1 수용체 작용제를 쓴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음주와 관련된 사건을 겪을 위험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낮았습니다. 위험을 비교하는 값인 위험비로 분석했고, 95% 신뢰구간이 1보다 작은 범위에 있었습니다.
알코올 사용 장애가 있는 사람만 따로 분석해도 같은 방향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술에 취한 상태로 인한 사건을 따로 본 분석에서도 위험이 낮아지는 쪽이었습니다. 다만 이 결과는 약을 쓴 집단과 쓰지 않은 집단이 처음부터 비슷했다는 보장이 없는 연구에서 나왔습니다. 약 때문에 위험이 줄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핵심 3. 약물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연구진은 약물별 차이도 살폈습니다. 무작위 시험에서는 세마글루타이드가 갈망을 줄이는 정도가 더 컸습니다. 관찰연구에서도 세마글루타이드와 GIP/GLP-1 수용체 작용제(두 가지 호르몬 수용체에 함께 작용하는 약물)에서 음주 관련 사건에 대한 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다만 이는 약물 종류별로 나눠 비교한 결과입니다. 어느 약이 술 문제 치료에 적합하다는 의미가 아니며, 현재로서는 연구 안에서 관찰된 차이로만 받아들여야 합니다.
음주량을 읽을 때 알아 둘 점
이 연구가 본 지표 가운데 “음주하는 날의 하루 평균 잔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 잔의 기준은 나라마다 다릅니다. 한국은 한 잔을 순알코올 7g으로 보지만 WHO는 10g, 미국은 14g으로 잡습니다. 해외 연구의 잔 수를 우리나라의 잔 수와 그대로 견주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참고로 한국에서 고위험음주는 한 번에 남성 7잔 이상, 여성은 그보다 적은 잔 수 이상을 주 2회 이상 마시는 경우를 가리킵니다. 미국 식생활지침도 2026년 판에서 하루 잔 수 한도를 없앴으므로, 예전에 알려진 하루 기준을 해외 자료에서 찾아 그대로 적용하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배경, 알코올 사용 장애와 현재 치료
알코올 사용 장애는 술 때문에 고통과 해가 생기는데도 충동적으로 마시고, 마시는 양을 조절하지 못하며, 술을 끊으면 불안하고 예민해지는 의학적 상태입니다. 증상은 가벼운 정도부터 심한 정도까지 다양합니다.
치료는 약물과 행동치료로 나뉘며 두 가지를 함께 쓸 때 결과가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자료는 알코올 사용 장애 치료제로 승인된 약으로 디술피람, 날트렉손, 아캄프로세이트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디술피람은 술을 마시면 메스꺼움과 얼굴 홍조 같은 불쾌한 증상이 생기게 하고, 날트렉손은 술을 마실 때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뇌의 수용체를 막아 갈망을 줄입니다. 아캄프로세이트는 술을 끊은 직후 갈망을 줄여 금주를 돕습니다. 이런 약은 중독성이 없고 완치를 뜻하지는 않지만, 천식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 질환처럼 관리를 돕는 수단입니다. 이번 연구가 다룬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이 목록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정리
- 무작위 시험에서는 음주량과 갈망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지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 관찰연구에서는 음주 관련 사건의 위험이 낮았으나, 인과관계를 확정하기는 어렵습니다.
- 세마글루타이드와 GIP/GLP-1 수용체 작용제에서 효과가 더 컸습니다.
연구진도 결론에서 더 큰 규모의 무작위 대조시험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음주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면 약물을 스스로 선택하기보다 의료진과 상담해 치료 방법을 정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개인의 증상과 치료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2025년 Addiction Science & Clinical Practice 발표 연구, MedlinePlus 건강주제 요약(미국 국립의학도서관) 자료 (링크 없음)



